3월 마지막 주 말씀 나눔을 올립니다.

        

           예수님이 잡히시기 바로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저녁이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요한복음13장1절은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이제 죽어야 될 때가 됐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떠나가시기 전에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예수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벋고, 수건을 가져 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수건으로 닦아주셨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의 발을 닦아주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군가가 여러분의 발은 닦아 준 경험이 있습니까? 혹 교회 수련회 때 세족식을 해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때 여러분의 마음은 어땠습니까? 혹 예수님이 지금 대야에 물을 담아 들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오셔서, 발을 닦아주신다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자들은 아침에 예수님과 자신들이 예루살렘으로 들어올 때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들을 생각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떠들면서 밥을 먹고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습니다. 그리소 시끄럽던 방은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제자들의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내 발을 닦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면 거절을 해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슬그머니 발을 예수님께 내밀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예수님이 다른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의 마음은 편했을까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하나 둘씩 씻겨주시다가 베드로의 발을 씻겨주시려고 할 때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기시렵니까?” “아닙니다.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합니다.” 베드로가 보인 반응은 사실 모든 제자들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식사 전에 발을 씻는 것은 유대인들에게는 일반적인 관습이었습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이 시몬이라는 바리새파의 집에 초대 받아 가셨을 때, 예수님이 집주인 시몬에게,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에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집주인이 손님을 초대했을 때, 손님이 자신들의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제공하는 것은 유대인들에게는 일반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대 전통에 따르면, 주인은 유대인 종에게 다른 사람의 발을 씻기도록 시키지는 못합니다. 손님을 발을 씻기는 것은 이방에서 사온 종들이나 하는 일이었습니다. 혹은 헌신과 존경의 표징으로 아내가 남편의 발을, 아들이 아버지의 발을, 제자가 스승의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의 발을 친절과 충성, 그리고 사랑의 표시로 자발적으로 닦아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종의 발을 닦거나, 아버지가 자녀의 발을, 혹은 남편이 아내의 발을, 스승이 제자의 발을 닦아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신학자 존 크리스토퍼 토마스에 의하면 주인 혹은 스승이 종의 발을, 제자의 발을 닦아준 예는 예수님 이전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그들의 발을 씻기실 때 놀라고, 거절하는 것은 그들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의 상식, 혹은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관습을 넘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새로운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직접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신 후에 자리에 돌아오셔서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알겠느냐?”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주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한 것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으로, 제자 각각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13장 1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데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기 위해서 발을 만질 때 제자들의 마음은 처음에 가졌던 불편한 마음이 아니라 조금씩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스승이신 예수님, 베드로의 고백처럼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이신 그분이 종의 모습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들의 발을 만지고 닦으실 때 제자들의 마음에는 분명 새로운 마음이 생겼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삼일교회 청년부를 따라서 제주도에 전도여행을 간적이 있습니다. 전도여행은 여름성경학교와 각 집을 방문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계획이 짜여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3박4일간 성경학교를 했습니다. 많은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발을 하나씩 씻겨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까불고 떠들면서 복음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놀라울 정도로 숙연해 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발을 씻겨주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이 아이들이 정말 예수님이 그들을 위해서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셨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이들의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이 반응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정말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저는 믿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손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입니다. 다른 좋은 프로그램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더러운 발을 씻겨주는 선생님들의 손길을 통해서 따뜻한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을 것입니다.

        저는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Retreat를 간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세족식을 했습니다. 제가 발을 닦아 줄 것이라고 말하자 아이들의 처음 반응은 부담스러움이었습니다. 한 친구는 가서 발을 먼저 닦고 오면 안되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쑥스럽고 불편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발을 하나씩 닦으면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실 때 예수님은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제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로 제자들의 발을 하나 하나 씻기시면서 기도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떠나고 이 세상에 남아 있어야 하는 제자들을 위해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요한 복음 17장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던 그 날 밤에 예수님께서 하신 기도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지만 이들은 세상에 남아 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지켜 주시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들도 하나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아버지께서 이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이 알게 하소서.” 저는 이 기도를 예수님이 제자들 한 명 한 명의 발을 씻기는 동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아버지가 이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사랑의 마음으로 만지는 손길을 통해 제자들은 어떠한 마음을 느꼈을까요? 제자들은 알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예수님의 그 낮은 자세로 그들의 발을 씻기시는 손길을 통해서 그들이 얼마나 존중 받고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갈릴리 어부였던 베드로와 안드레, 요한, 야고보.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멸시 당했던 세리 마태, 그저 갈릴리 촌사람일 뿐이었던 다른 제자들, 모두는 그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손길을 통해서 그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들이 참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것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강한 예수님의 사랑의 언어였고, 표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그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그들 자신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주 (master), 혹은 스승(Rabbi)의 모습이 아니라, 종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여전히 제자들의 스승이고, 하나님의 아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스승의 권위를 가지고 그들을 다스리거나 다루지 아니하시고, 겸손과 섬김으로 당신의 권위를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 사도 요한이 보여주고 있는 예수님은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말한 예수님입니다. “하나님과 동일하시나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자기를 낮추시는” 예수님의 모습이십니다.            

        예수님이 무릎을 끓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서로의 발을 씻겨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따라 하도록 본을 보이신 것입니다. 15절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본을 보이셨다고 말한 부분은 이 곳이 처음입니다. 즉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은 어느 날 우연히 행한 것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가지신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잡히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델입니다. 만약 우리가 예수님의 따르는 사람들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가 보여준 본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했던 것처럼,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 우리의 전통을 넘어서, 우리의 습관과 문화를 넘어서 예수님의 본을 따라야만 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 주는 것은 우리가 계속적으로 이웃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높은 마음이 아니라 낮은 마음으로 섬기고자 하는 열린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이십니다. 17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본을 따라 행하면 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이 있는 사람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아는 자가 아니라, 예수님의 본을 따라 행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높아지고 싶어하는 제자들이 따라 하도록 낮아지는 본을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이 본으로 보여주신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섬기며,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본을 따라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복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예수님을 닮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내가 너로 인해 참 기쁘다.”

        발을 닦아준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발을 닦아준다는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말,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이, 혹은 이웃이 그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들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하는 행위라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경험 하나를 나누고 오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요즘 제가 작아져 보였습니다. 왠지 모르게 평범해 보이는 제가 너무 작게 느껴졌습니다. 독수리 훈련도 받고, 기도도 다른 때보다는 더 많이 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이유 없이 찾아온 낙심,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제가 별거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호연이네를 한국으로 보내고, 준혁이네가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어쩌면 저를 힘들게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알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자가 되고 싶은데 또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반응하지 않은 그들을 보며 저는 실망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독수리 훈련중 만난 Dick 목사님과 Donna 자매님을 통해 하나님은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한 형제가 보낸 편지를 통해 제가 얼마나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계신데 나는 보이는 몇 가지 일 때문에 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니, 하나님께 죄송하면서도,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계시다고 일깨워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형제님의 편지는 제 자신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큰 격려가 되었고, 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 형제님이 제 발을 씻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편지를 통해 내 존재의 가치,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하는지를 다시금 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종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으로 본을 보이셨던 것처럼, 우리가 다른 이들을 향한 친절과 사랑으로 섬길 때 그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발을 예수님처럼 씻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예수님을 닮아갈 때, 우리의 모임 속에서 우리는 따뜻함을 느끼고, 그 따뜻함 속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풍성한 사랑과 생명을 더욱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향해 낮아짐으로 발을 씻겨 줄 때 우리 교회 공동체는 보다 더 서로를 향해 열린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서로 발을 씻겨줌으로 통해 깊은 친교와 섬김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제를 자신 혼자 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안으로 가지고 올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서로의 짐을 함께 지고 갈 수 잇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