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6:3-4, 눅16:1-8

제목: 청지기

오늘 저는 '청지기'에 대한 저의 생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얼마전 한겨레 신문에 났던 기사 몇줄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5일(현지시각) 사망한 스티브 잡스는 정보통신 업계의 혁신을 주도한 뛰어난 경영자
였지만, 한편으로는 적잖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문제적 인물’로 비쳐지기도 했
다. 좋아하는 일은 편집광처럼 파고들지만, 그것 외에는 모두 하찮게 여기고 내다버렸
다.

잡스는 사회와 소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 3월 기준으로 83억달러(9조8729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을 가졌으면서도 기부에는 인색했다. 그는 놀랍게도 지금까
지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기부를 한 적이 없다. 애플에 복귀한 뒤에는 1997년부터 애
플이 운영해 오던 사회공헌 프로그램마저 중단시켰다. 우선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자
는 게 이유였지만, 그 뒤 애플이 엄청난 흑자 행진을 거듭할 때도 이를 되살리지 않았
다.

그의 이런 모습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다른 억만장자들과
비교되면서 그가 과연 존경받을 만한 경영자인가라는 논란으로 이어지곤 했다. <뉴욕
타임스>도 그가 ‘기이할’ 정도로 기부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그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야 지난달부터 직원들의 기부에
회사가 같은 금액을 보태는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것은 애플의 창업자이면서 I-Pod, I-Pad, I-Phone 등을 발명하여 유명해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후 나왔던 기사입니다.

지나친 재산 축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던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의 90% 이상을
사회로 환원하고는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워렌
버핏도 미국사회에서 존경받는 거부 중의 한사람입니다. 그는 얼마전 TV 인터뷰에서
미국의 세금 제도가 잘못되어 부자들보다는 일반 시민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자들에게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안철수씨가 몇년전 자신의 회사 지분을 직원들에게 나누어주
고 회사를 나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비유에서 예수님은 빌 게이츠, 워렌버핏, 안철수씨 같은 사람
들을 향해 지혜로운 이 세대의 아들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8절을 다시 읽어 보
겠습니다.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여기서
8절 후반절에 보면 예수님은 그 청지기를 이 세대의 아들들이라고 지칭하고 계십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청지기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을 비유한 것임을 알수 있습니다.

이 비유에 나오는 청지기는 거짓되고 교활한 청지기 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남용했고
그것이 들키자 자신의 살길을 찾기위해 주인의 재산이 마치 자기 것인양 자기 마음대
로 빚을 탕감해 주는 또 다른 거짓을 저지릅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 청지기를 가리켜
지혜롭다고 칭찬합니다. 만약 이 비유가 예수님의 제자들을 염두에 두고 하신 비유라
면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비유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아직
세상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비유라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
상 사람들에게 청지기의 개념은 없을 겁니다. 자기가 땀흘려 번 것은 모두 자신의 것
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
고 그 도적질 한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우겨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도적질 한것을 혼
자 독식하지 않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누면 칭찬을 받습니다. 나누는 이유가 무엇이
든 상관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목적에서이든 유명해지고 싶어서이든 상관
없습니다. 다른 이와 나누는 것 만으로 주님은 그들을 지혜로운 자라고 칭찬하십니다.

그런데 모든 만물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알고 자신은 그저 청지기임을 아는 제자들을
향하신 비유는 다릅니다. 마6:3-4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
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 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
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 잘못하면 이 비유가 단순히 숨은 선행을 격려하는 비유 정
도로만 보여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비유를 숨은 선행을 격려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
면 많은 질문들이 생깁니다. 빌 게이츠 같이 세상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이 말씀을 실
행하기 위해 007 작전으로 기부행위를 해야 할까요? 안철수씨 같이 자신의 모든 지분
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숨어서 선행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어떤 이들은 워렌 버핏의 기부행위를 보면서 교훈을 얻고
깨닫음을 얻는다고 하는데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모범이 되는 좋은 면은 어떻게 해석
해야 합니까? 등등...

제가 90년 가을에 결혼을 했는데요 봄에 처음으로 처가에 인사하러 갔습니다. 이른 봄
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맑고 예뻤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아파트에 살고 계셨는데 집앞
에 도착하니 문은 열려있고 문앞에는 곡식이 뿌려져 있고 현관에는 작은 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미신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좀 복잡한 마음으로 찝찝해 하면서 집에
들어갔지요. 은령자매에게 작은 소리로 저게 뭐야 했더니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눈치를
주는데 장모님이 눈치를 채시고는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장인어른이 아침에 산책을
갔다가 걸인을 한명 만나 데리고 와서 아침을 먹여 보내느라 현관 앞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비둘기들 먹으라고 현관문 열어 놓고 곡식 뿌려 놓은 거라고.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참 따뜻해 옴을 느꼈습니다. 참 좋은 집에 장가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인어른의 선행을 제가 알게되므로 제가 어떤 손해를 보거나 시험에 들었
나요? 아니면 무슨 열등감에 빠졌을까요? 아니요 오히려 참 좋은 모범을 보고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합니까?
그렇게 했을때 얻어지는 이익이 무엇입니까?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들에대한 저의 생각을 나누기 전에 잠시 옆길로 빠지겠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한국의 장로교가 여러 교파로 나눠지게 된 동기는 일제 시대의 신사
참배였습니다. 당시 신사 참배를 반대하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순교당하고 오직 소수만
이 살아남아 해방후 출옥하게 됩니다. 그 이후 마치 드라마같은 사건들이 한국 개신교
안에 일어납니다. 신사참배에 동의하고 살아남은 다수는 해방후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금하지만 소수의 신사참배 반대자들은 출옥후 모든 목회자들의 회개와
백의종군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다수에 의해 노회에서 쫒겨나게 됩니다. 마치 한국 정
부가 친일파 들에의해 장악된것처럼 한국 개신교는 신사참배파 들에의해 장악됩니다.

그리고 지난 50년 세월이 지났습니다. 돌아가신 한경직 목사님외에는 그 어떤분도 공
식적으로 자신의 신사참배 행위에 대해 회개한적이 없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고 못본척 못들은척 모르는척 그렇게 살아온 것이 우리
한국 개신교의 지난 50년 역사입니다. 속은 썩어서 냄새가 나는데 겉에는 화려한 비단
옷을 차려입고 잘난척 했던 것이 저희 한국 개신교였습니다. 몇년전부터 그 개신교 안
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이 40년이 지나서 세대교
체가 되어, 모세의 시대가 가고 여호수아의 시대가 시작됐듯이 한국 개신교 안에 세대
교체가 시작된것입니다. 제가 학생때만 해도 장로님들 집사님들이 학생예배에 오시면
단골로 하시는 기도가 있습니다. 머리가 되게 하시고 꼬리가 되지 말게 해달라는 기도
였습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셔서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사시며 다른 이들의 발을 씻기신 그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만은 절
대로 꼬리가 되는 꼴 못 보겠다는 겁니다.

그랬던 한국 개신교 안에 몇년전부터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정
신을 가진 젊은 리더들이 나타나고 작지만 건강한 교회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 기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기도에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제가 기도제목을 정해놓고 할 때 보다는 갑자기 그렇게 기도하도록 무언가에 이
끌릴때 그렇습니다. 저는 그것을 성령님의 하시는 일로 믿습니다. 몇년전에 한국의 젊
은이들을 놓고 그렇게 기도할 때가 있었습니다. 알아서 세상과 잘 타협하며 지내고 있
는 한국의 개신교에 개혁의 바람을 몰고오는 젊은 세대와 젊은 교회들을 악한 영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저들을 무엇으로 유혹할까?
저들은 물질과 권세에 대한 유혹에 넘어져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기성세대를 보고 자
랐기 때문에 같은 것으로 유혹하기는 힘들텐데. 과연 사탄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까
? 제가 깨닫은 것은 스스로를 의롭게 여기는 마음이었습니다. 정말 사탄은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른 생각과 바른 마음과 열심이 있는 사람들이 넘어가기 가장 쉬운 유혹이 스스로를
의롭게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요? 입으로는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말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 하고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분노하
지만 어느새 자신의 의는 바리새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31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게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 사도 바울은 이
미 세상에 대하여 죽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죽는 것이 소원이지만 주님을 위해서는 사
는 것도 의미있다고 자신있게 고백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날마다 죽여야
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스스로를 의롭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요? 우리교회도 참 젊은 교회입니다.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젊고 마음이 젊다
는 뜻입니다. 다른 교회와 많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슬며시 우리 스스로
를 의롭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은 내
가 하는 일을 내 이웃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기 보다는 내 자신이 모르게 하라는 뜻
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어떻게 모를 수 있겠습니까? 내가했다는
생각을 내 마음 속에서 완전히 지울 때에만 그것이 가능합니다. 내가 한 일을 어떻게
내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울수 있을까요? 내가 누군지만 분명히 기억하면됩니다. 언젠
가 어떤 분이 좋은 일에 쓰라고 귀한 헌금을 해주셔서 제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더니
그 분 말씀이 '저는 심부름만 하는 걸요' 라고 하시더군요. 하나님이 주시는 거고 자
신은 청지기로 심부름만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내가 청지기인것을 망각할때 우리는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자가 됩니다. 하나님의
것을 가지고 자기 것인양 생색을 낼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의롭게 여기게 됩니다. 하
나님이 의롭게 여겨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고 스스로가 자신을 의롭게 여기게 되
면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기 보다는 판단하게 됩니다. 죄인을 불쌍히 여기는 예수님
의 마음은 없어지고 스스로를 의롭게 여기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들
어와 나를 지배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는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불의한 청지가가 됩
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제자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말씀이셨습니다. 청지기로서 우리
의 신분을 잊지 않도록 그래서 죽을 때까지 변질되지 않는 예수님의 참 제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청지기 입니다. 재물뿐만 아
니라 시간도 목숨도 모두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잘 지키고 가꾸
어야 할 청지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