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history)는 ‘해석된 과거’(interpreted past) 혹은 ‘기억된 과거’(remembered past)입니다. 단지 일어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며 해석입니다. 누가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동일한 사건도 다르게 기록됩니다. 일제 35년의 과거에 대한 기록도 한국 사람들의 역사와 일본 사람들의 역사는 다릅니다. 서로 다른 눈으로 보고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후 수십 년 역사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기억하고 해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거꾸로 읽는 역사, 역사 다시 쓰기,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의 표현도 이미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고 해석되어 기록된 역사에 대한 비판과 도전이며 다른 관점의 기억과 해석입니다.

대부분 민족이나 국가의 역사를 보면 내부의 혼란과 분열, 주변 민족의 침략 등으로 빚어진 암울한 시기와 함께 전쟁에서의 승리와 정복 등의 영광스러운 시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에는 언제나 침략자나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들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출생부터 남다른 흠 없고 뛰어난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기록된 역사는 한쪽 편에서 보고 기억하고 해석된 것이며,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계실 자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역사는 다릅니다. 다른 민족들처럼 내부의 혼란과 분열, 주변 민족의 침략과 지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암울한 시기에 대해 누군가를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났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기록합니다. 가해자가 있다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괴롭힌 가해자입니다. 그 역사관에는 주변 민족에 대한 피해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되갚아야 할 원수가 있는 것도 아니며 보상 받아야 할 손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께 되돌아가야 할 영적 책임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적 정복과 승리의 시기에 대해서도 어떤 인물을 영웅시하지 않습니다. 분명 영웅처럼 등장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인생은 미화되지 않습니다. 노아나 모세나 다윗의 연약함과 죄악이 기록되어 있듯이 영웅들의 허물과 죄악은 낱낱이 기록됩니다. 이유는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신 분은 하나님이며, 사람은 단지 은혜와 축복의 통로가 되었을 뿐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외에 누군가에게 영광을 돌릴 이유가 없으며, 역사의 영웅이신 하나님께만 감사와 찬양이 올려질 뿐입니다.

그 역사(history)는 그분의 이야기(His Story)입니다. 우리 개인의 역사도 그렇게 다르게 기록될 수 있습니다. 다르게 기록되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공인 하나님은 어리석은 인생들이 저지른 실수나 죄악,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 등을 모두 보시고 아시면서도 허락하십니다. 그것이 모두가 아니며 끝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통해 선을 이루실 수 있고 또한 실패와 고통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섭리를 깨닫게 된 이들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신자들의 간증은 자신의 인생 여정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말하는 것이며 바로 ‘그분의 이야기(His Story)’입니다.

인생의 한 순간 겪게 되는 고통은 그 후 인생 전체를 망가뜨릴 힘이 있습니다.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가 그 속에 가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그분의 빛이 더 크고 강렬합니다. 새벽빛이 오면 어둠은 물러납니다. 우리의 과제는 빛 없이 어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빛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빛의 자녀로 과거의 어둠을 벗어나 빛 가운데 행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