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이 아니라 세미한 음성으로>

엘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능력을 입은 사람이었고 대단한 믿음과 용기의 사람이었습니다. 혼자의 몸이었지만 오직 믿음으로 조금도 두려움 없이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 수백 명과 맞서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큰 승리 후에 낙담하고 주눅 들어 광야로 도피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성경에서 발견합니다. 엘리야가 낙담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유는 ‘죽여버리겠다’는 왕비 이세벨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광야로 도망가서 차라리 죽고 싶어 할 정도로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사실 엘리야는 왕 아합 앞에서도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자는 내가 아니라 왕이시라’고 말할 만큼 용기가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주저 앉습니다. 한 여인 이세벨의 위협하는 메시지가 간접적으로 엘리야의 귀에 전해졌을 뿐인데, 그 말은 천둥소리처럼 선지자의 귓전을 때렸고 결국 그의 내면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열왕기상 18:19-19:12).

우리가 받은 은혜와 능력, 우리가 지닌 것 같은 믿음과 용기가 그렇게 바닥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전해온 소식과 메시지가 어느 순간 하나님과의 채널을 차단하고 우리의 내면을 장악해서 어둠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기에, 높은 마음을 버리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늘 주님의 도움을 바라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엘리야를 탓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쉬게 하시고 천사를 통해 먹이십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인도하십니다. 엘리야가 바알의 선지자들과 맞설 때 그의 기도에 불로 응답하시던 능력의 하나님께서는 호렙산에서 전혀 다르게 계시하십니다. 처음에는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는 크고 강한 바람이 있었지만 거기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지진이 있었지만 그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불이 있었지만 불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를 듣습니다. 주님의 세미한 음성입니다. 강풍와 지진과 화염은 소리지르며 우리의 영혼을 두려움으로 사로잡을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 소리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히려 놓치기 쉬운 세미한 음성, 여전한 사랑으로 속삭임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음성,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새겨놓으신 사랑의 언약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계실 때 웅변을 토해내지 않으셨습니다. 시끄러운 세상 한복판에서도 예수님은 이사야의 예언처럼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이사야 42:2)’ 하나님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그분의 음성은 우리에게 큰 외침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끄러운 소리의 광장 속을 살아가는 우리가 잘 들을 수 있도록 소리치시는 분이 아닙니다. 여전히 작고 부드러운 세미한 음성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렇기에 듣기 쉽지 않고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시끄러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으로 주님께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그분과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