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어둠>

시장 한복판을 지나가다 보면 곳곳에서 손님을 부르는 외침이 들립니다. 판을 벌여놓고 쉴 틈 없이 목이 쉬도록 소리지르며 물건을 파는 이들도 있습니다. 때로는 확성기를 통해 불러댑니다. 그 소리 속에서 경쟁하며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지도록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소비자들도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거래를 위해 자연히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활기찬 장터는 왁자지껄하는 소리의 광장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로 그 활기찬 장터와 같습니다. 그 장터의 어둠은 ‘큰 소리들에 파묻혀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시끄러움 속에서 우리의 내면도 시끄러워집니다. 수많은 소리에 방해 받을 때 우리는 영혼 깊은 곳에서 탄식하는 성령의 음성을 들을 수 없으며 또한 가까운 이들과 마음의 대화도 할 수 없고 소외된 이들의 신음도 들을 수 없게 됩니다.

장터는 활기찬 소통이 있는 곳 같지만 사실은 진정한 소통이 막히는 곳입니다. 대화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자기 뜻을 전하기 위해서도 톤을 높여야만 하는 시끄러움 속에서 서로의 진심 어린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렵습니다. 시끄러움 속에서 덩달아 쏟아내는 우리의 말소리는 마음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아니라 뿌리 없는 나무처럼 곧 말라버릴 소음일 뿐입니다.

활기찬 장터인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움직이게 하는 웅변가를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웅변과 설교도 개인적 꿈을 성취하기 위해 군중을 동원하는 어두운 파워로 이용되기 쉽습니다. 장터에서는 탁월한 웅변을 전하는 사람의 인격과 삶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격과 삶으로부터 분리된 언어는 결국 듣는 이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고 나중에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그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세대의 사람을 무엇으로 비유할까 무엇과 같은가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서로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눅 7:30-31).” 장터의 사람들은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소리에 너무도 익숙해진 사람들이기에 어떤 소리도 마음으로 듣지 않습니다.

그 시끄러운 장터를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의 내용 보다는 소리의 크기가 중요한 장터에서 벗어나서, 작지만 분명하게 짧지만 힘 있게 다가오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장터의 어둠을 경계하고 꺼져가는 심지를 살피듯이 우리 내면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각 지파를 대표해서 가나안 땅을 정탐한 열 두 사람이 돌아와 정탐 보고를 합니다. 열 사람의 부정적 보고를 들은 백성들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낙심과 두려움으로 백성들도 덩달아 불평과 원망의 말을 쏟아냅니다. 그 소리들은 장터의 시끄러움처럼 상승작용으로 모두의 마음을 그 부정적 소리 속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백성들 가운데서 외쳤지만 그 소리는 작디작은 소리에 불과했고 백성들의 마음에는 들려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갑니다. 시끄러운 말소리로 가득한 장터처럼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의 메시지가 우리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장터의 어둠에 농락 당하지 않으려면, 거기서 벗어나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찾아와 은밀히 말씀하시는 그분 앞에 머물러야 합니다.